“죽음을 연기한 남자, 15년 만에 돌아오다”

넷플릭스 영화 《고이 잠드소서 (Rest in Peace, 2024)》 리뷰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사라진 남자의 이야기

항목내용

제목	고이 잠드소서 (Rest in Peace)
감독	세바스티안 보렌스테인
출연	호아킨 푸리엘, 그리셀다 시실리아니, 가브리엘 고이티, 랄리 곤살레스
장르	가족 드라마, 심리극
러닝타임	91분
제작 국가	아르헨티나
공개 플랫폼	넷플릭스 (2024)

보통 가족 드라마 하면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미지가 있는데,
《고이 잠드소서》는 정말 예상을 훅 벗어나요.
"가족을 지키기 위해 나를 죽였다면, 그건 사랑일까, 이기심일까?"
이런 질문을 품은 채 시작돼요.

한 남자가 자신의 죽음을 위장하고
15년 동안 이름을 바꿔 살아오다가,
딸의 결혼식을 계기로 다시 가족 앞에 나타나요.
그 순간부터 모든 게 무너지고, 또 되살아나기 시작합니다.

그냥 "가족이야기"가 아니라,
정체성, 용서, 그리고 인간의 죄책감까지 다루는, 꽤 묵직한 영화예요.

주인공 ‘세르히오’,
한때 공장을 운영하며 가족을 책임지던 평범한 가장이에요.
하지만 1994년, 아르헨티나의 경제 상황은 최악이었고,
세르히오는 사업 실패로 벼랑 끝에 몰리죠.

직원 월급은 밀리고, 세금도 못 내고,
거기에 사채업자 브레네르까지 악착같이 들이닥치면서,
그의 삶은 진짜 지옥 같았어요.

그리고 결정적인 사건이 터집니다.
세르히오가 딸의 성인식이 있던 날,
사채업자를 만나러 부에노스아이레스 중심가로 향하는데,
거기서 실제 역사적 사건인 AMIA 폭탄 테러가 벌어져요.

그의 물건이 현장에서 발견되고,
세상은 세르히오가 죽은 줄 압니다.

그런데…

그는 살아 있었습니다.
테러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구하고,
그 순간 자신의 죽음을 ‘기회’로 삼아요.

"내가 사라지면, 이 모든 고통도 끝나지 않을까?"

그는 파라과이로 도망쳐서,
‘니콜라스’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결혼도 안 하고, 가족도 만들지 않은 채
그저 조용히, 먼 곳에서 가족의 삶을 지켜보기만 해요.

그렇게 15년이 흘러
우연히 신문에서 딸의 결혼 소식을 보게 된 그는
모든 걸 무릅쓰고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그의 등장은 기쁨이 아니라 충격이었어요.

그리고 가장 무서운 건,
세르히오 자신도 더는 가족의 일원이 아닌 사람이 되어 있었다는 것.

“나는 그들을 위해 사라졌는데…
그들은 나 없이도 살아남았다.”

그때부터 영화는 정말 예리하고 잔인한 감정선을 따라가요.
용서와 오해, 사랑과 배신,
그리고 과연 진정한 가족이란 뭔지 묻습니다.

실제 사건과 맞물리는 구성
AMIA 폭탄 테러를 스토리의 출발점으로 삼아
현실과 영화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립니다.
호아킨 푸리엘의 연기력
감정을 크게 폭발시키지 않고,
눈빛과 침묵으로 이야기하는 장면들이 특히 인상 깊어요.
가족 각자의 시선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세르히오의 입장뿐 아니라,
아내, 딸, 주변 인물들의 심정도 매우 잘 보여준다는 점이에요.
결말의 여운
영화는 완전한 해피엔딩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게 오히려 현실 같고, 그래서 더 먹먹해요.

《고이 잠드소서》는 조용한 영화 같지만
보고 나면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아요.
이 영화의 진짜 힘은
“가족이라는 관계가 무너지지 않기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내가 주인공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하고 진심으로 고민하게 만든다는 거예요.

"내가 없어야 가족이 행복하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이 잠드소서》는 그런 선택의 순간을 우리 앞에 딱, 놓아줘요.
그 안에서 사랑과 책임, 그리고 자기 희생이라는 주제가
정말 깊고 무겁게 다가오죠.

살아 있다는 게 무조건 행복은 아닐 수도 있고,
함께 있는 게 꼭 옳은 선택도 아닐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결국 누군가에게 돌아가고 싶은 존재잖아요?

이 영화는 조용히, 그러나 강력하게 말합니다.

“당신은 누군가의 가족입니까?”